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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를 바로합시다 http://lovecantata.com/short/1113 와 이어집니다.)




♪어쿠스틱 콜라보 - 묘해, 너와





고백을 바로 합시다 





항상 허둥거렸던 여타 월요일과는 달리 조용한 아침이었다. 지민은 평소보다도 30분이나 일찍 눈을 떠 멍한 얼굴을 한 채로 욕실로 향했다. 양치하고 세수를 하는 와중에도 멍한 표정은 풀어지질 않았다. 어때요, 한 번 만나볼까요? 주말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말이 또 웅웅 울렸다. 지민은 멍한 표정으로 욕실에서 걸어 나와 거울 앞에 섰다. 스스로가 보기에도 멍청해 보이는 얼굴이 그 안에 있었다.



정신 차리자.”



찰싹, 두 손으로 뺨을 살짝 따가울 정도로 내리친 지민이 코를 훌쩍이며 주섬주섬 옷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않은 고백을 받고선 허둥거리는 지민을 윤기는 보채지도 않고 묵묵히 바라봤었다. 그 묵직한 시선이 어째서인지 가슴에 와서 콱 박혔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생긴 여유에 빵을 구워 잼까지 발라 먹을 여유가 생긴 지민은 조촐한 식탁 앞에 앉아 느릿느릿 빵을 씹으며 회사에 가서 민윤기 팀장님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해야 하나? 자기를 무시했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렇다고 내내 눈치를 보고 눈이라도 마주치려고 하면 도망가고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대체 거기서 왜 고백을.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팠다. 지금 여기서 어떻게 행동할지 다 정한다고 해도 막상 민윤기 앞에 가면 허둥거릴 자신의 모습이 뻔했다.



, 늦었다.”



마지막 남은 빵조각을 입에 넣으며 시간을 확인한 지민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유가 있다고 해서 너무 늑장 부린 모양이다. 우당탕거리며 식탁 위를 대충 정리한 지민이 가방을 챙겨 들고 급히 현관으로 달려갔다. 신발을 꿰어 신으며 신발장 위의 거울에 비친 모습을 마지막으로 단장하곤 매일 아침 외우던 주문을 중얼거리곤 밖으로 나섰다. 오늘도 살아남자.


지하철역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며 빌라의 입구를 나서는 데 익숙한 차가 지민의 눈에 들어왔다. ? 저 차가 왜 여기 있지? 멈춰선 채 눈을 비볐다. 이상하다. 한 번 더 눈을 비벼보았지만 잘빠진 포르쉐는 제 몸매를 자랑하며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다. 주말 내내 민윤기 생각을 했더니 드디어 돌아버린 걸까? 눈을 찌푸린 채 포르쉐를 바라보던 지민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에이, 같은 차겠지. 비록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도 아니지만. 여기는 고가의 차가 돌아다닐 만한 곳도 아니고 평범한 주택가지만. 애써 부정하며 지나치려는데 광채를 뽐내던 포르쉐가 슬금슬금 따라왔다. 뭐지? 신종 납치 수법인가? 고가의 외제 차로 혼을 쏙 빼놓고 그 틈을 타 납치를 하는 건가? 그렇다기엔 너무 고가의 차량 아닌가? 지민은 원치 않게 눈앞이 핑그르르 도는 경험을 하는 중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이상하게 다리가 떨렸다. 이대로 가면 지각하는.



망했다!”



정말 지각 위기였다. 포르쉐에 시선을 뺏겨 일 초를 앞다투는 상황임을 잊고 있었다. 갑자기 후다닥 뛰기 시작하는 지민에 포르쉐도 발맞추듯 속력을 올렸다.


지각은 안 된다, 안 돼! 민 팀장 성격에 가만두지 않을. 또 민윤기야? 으아악! 진짜 사표를 쓸까? 이것도 신종 괴롭힘인 게 틀림없다. 고백이 아니라 주말 내내 잠을 설치고 자기 생각만 계속 나게 하는 고약한 괴롭힘인 것이다. 덕분에 이렇게 월요일 아침부터 지각을 면하기 위해 달리면서도 상사 생각뿐이지 않은가.



박지민 씨.”

…….”



이것 봐. 이젠 말까지 거는 것 좀 봐. 윤기의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아른하다 싶더니 말까지 걸어온다. 근데 상상이 이렇게 생생하게 들리나? 고개를 갸웃하는데 윤기가 주말에 보여주었던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본다. 꼭 자기는 말을 걸지 않았다는 듯 고개까지 젓는다. 뭐야, 그럼 이 목소리는.



박지민 대리.”

, , 팀장님?”



반사적으로 대답한 지민이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자신의 옆을 서행으로 달리는 포르쉐 창문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연하게도 그 안엔.



, 팀장님?”

아침부터 뜀박질하는 게 취미입니까? 몰랐네요. 이렇게 건강한 삶을 살 줄은.”

, 아니, 이건.”

타세요.”

?”



윤기가 못 들었냐는 얼굴로 고개를 까딱한다. 지민이 그토록 부정하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상사의 차를 타고 출근이라니.



, 괜찮습니다!”

…….”

정말 괜찮습니다. 지하철 타면 금방.”

제가 여기까지 온 성의가 있는데. , 박지민 씨한테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겠죠. 주말에 데리러 오겠다고 말도 했는데.”

?”



윤기가 정말 상처받은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지민은 걷던 것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한 번 만나보자는 말에 정신이 팔려 그 전에 윤기가 했던 말을 잊고 있었다. 흐지부지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느라 생각하지도 않았던 말이었다.



그거진심이셨어요?”

. 제가 그렇게 빈말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유감이네요.”

, 그런 뜻이 아니라! 팀장님 바쁘신데.”

괜찮습니다. 타세요. 지금 박지민 씨가 이러고 있는 게 더 제시간을 잡아먹는 일 같은데.”

. , !”



여기까지 온 사람을 가라고 보낼 수도 없고, 데리러 오겠다는 윤기의 말을 잊고 있었던 것도 자신이니 지민은 얌전히 포르쉐의 조수석에 올라탔다. 무엇보다 이대로 가면 정말 지각이었기 때문에. 윤기가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얼굴로 액셀을 밟았다. 오늘도 승차감이 남다른 포르쉐가 부드럽게 도로를 나아갔다.


지각을 면했다는 생각 때문인지 뭔지 긴장이 풀린 지민은 안전벨트를 둘러매며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보고 제가 꿈꾸고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이런 평범한 주택가에 포르쉐라니. , 주말에 하셨던 말 말인데요. 저 괜찮습니다, 팀장님. 굳이 안 데리러 오셔도 괜찮아요.”

…….”

팀장님?”



아뿔싸. 윤기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보고 있었다. 주말에 했던 말이 두 가지였지. 윤기는 계속 말이 없었다. 신호에 걸렸던 차가 다시 나아간다. 지민은 꿀이라도 바른 듯 입을 꾹 다물고 정자세로 앉아 앞만 바라봤다. 아무래도 실수를 해도 단단히 한 것 같았다.



다 왔습니다. 먼저 올라가세요.”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한마디 말이 없던 윤기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지민은 더 말을 붙이지 못하고 얌전히 고개를 꾸벅 숙이곤 후다닥 차에서 내렸다. 자꾸 윤기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사과라도 해야 하나근데 뭐에 대해서? 사과하는 상황도 우스웠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지민은 한숨을 푹 내쉬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



지민씨, 좋은 아침.”

네에.”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아니에요.”



고개를 절레 젓는 모습이 나 사연이 많으니 말 걸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있어서 아무도 지민에게 더 묻지 않았다.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기가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높낮이 없는 윤기의 인사말이 들려온다. 평소라면 지민도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겠지만, 지금은 도저히 윤기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팀장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지민은 빼꼼 고개를 들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사무실이었다. 딱 하나. 저와 윤기를 빼곤 말이다.

 




 




점심시간에 혹시 얘기라도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윤기는 식사 맛있게 하시라는 말만 남기곤 누구보다 먼저 사무실을 나섰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딘가 씁쓸해졌다. 스스로도 왜 그런지 모를 반응이었다. 그 상처 받았다는 얼굴이 자꾸 신경 쓰였다. 차였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직 거절한 거 아닌데. 미쳤어, 박지민. 아직 거절한 게 아니면 뭐. . 고백을 받을 생각이라도 한 거야? 지민이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지민 씨.”

…….”

지민 씨?”

, ?”

밥 안 먹어요?”

.”



팀원들이 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쓱해진 지민이 헤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오늘 별로 밥 생각이 안 드네요드시고 오세요!”

괜찮겠어요?”

, . 괜찮아요.”

그럼 우린 다녀올게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팀원들이 나가는 것을 지켜본 지민이 다시 자리에 털썩 앉았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애초에 고백을 받고 말고의 문제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냥그 얼굴을 어떻게 보나 고민했던 것이지. 갑자기 커다란 문제가 쿵 하고 지민의 앞에 떨어졌다. 연애. 그것도 사내연애. 상대는 상사. 내가? 마지막엔 윤기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신을 보던 얼굴. 농담이라면서 피식 웃던 얼굴. 아랫니가 보이지 않는 입동굴. 안전벨트를 매주기 위해 다가오던 얼굴. 무슨 생각하냐면서 웃던 얼굴. 한 번 만나보자던 얼굴. 상처받은 얼굴. 민윤기의 얼굴. 민윤기.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지민은 책상에 쿵 이마를 박고 눈을 감았다. 눈 뜨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면 좋겠다. 까무룩 멀어지는 정신 사이로 지민은 생각했다.

 





 




사무실로 들어오던 윤기가 멈칫했다. 지금쯤이면 팀원들은 다 점심을 먹으러 나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익숙한 뒤통수가 책상 위에 엎어져 있었다. 점심도 거른 모양이었다.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으나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후우. 작게 한숨 쉰 윤기가 다시 사무실을 나섰다.


잠시 후 돌아온 윤기의 손에는 길 건너 카페에서 파는 샌드위치와 커피가 들려있었다. 지민이 깨지 않게 조심조심 책상 위에 놓아준 윤기가 잠시 서서 잠든 지민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책상에 눌린 말랑한 볼도 통통한 입술도 다 사랑스러웠다. 부담스러워 하는 게 눈에 보여서 더는 다가가지도 못하겠다. 언제부터 그렇게 남 기분 생각하면서 살았다고. 스스로의 변화에도 헛웃음이 난다. 으으응. 무슨 꿈을 꾸는지 얼굴을 찌푸리고 입술을 우물거리는 지민을 내려다보는 윤기의 얼굴도 어느새 미소가 가득했다.



어머, 팀장님!”



소란스러워진다 싶더니 팀원들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윤기는 지민을 내려다본다고 기대 서 있던 몸을 바로 하며 괜스레 목을 가다듬으며 옷을 만지작거렸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 맛있게들 하셨습니까.”

앞에 새로 생긴 가게가 맛있더라구요. 팀장님도 다음에 같이 가요.”

, . 그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힐끔 지민을 내려다본 윤기가 빠른 걸음으로 팀원들 사이를 지나쳐 팀장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팀원들이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팀장이 빈 사무실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저마다 떠들기 시작했다.



어머, 지민 씨 피곤했나 보네.”



누군가의 말로 사무실이 비어있지 않음을 깨닫자 지민의 책상에 올라와 있는 샌드위치와 커피가 눈에 들어왔다. 눈치 빠른 직원들이 소곤거리는 소리에 지민이 얼굴을 찌푸리더니 끙끙거리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웬일인지 팀원들이 제 자리 근처에 모여 있었다.



어어무슨 일 있어요?”



자다 깬 지민의 목소리에 팀원들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느리게 눈을 끔벅이는 지민의 시야에 다소곳이 놓인 샌드위치와 커피가 들어왔다. 팀원들이 저 먹으라고 사다 준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아.”

뭐가요?”

이거사다 주신 거 아니에요?”

우린 아닌데?”

? 그럼 누가.”

우리 왔을 때 민 팀장님밖에 안 계셨어.”



. 지민의 눈이 동그랗게 뜨인다. 민 팀장님이?



어유, 팀장님도. 말은 안 하셔도 팀원들 걱정 많이 하신다니까.”



호호 웃으며 제 자리로 흩어지는 팀원들의 모습을 지민이 멍한 얼굴로 바라봤다. 꿈속에서도 둥둥 떠다니던 윤기의 얼굴이 또 불쑥 눈앞에 솟아났다. 지민이 힐끔 남은 점심시간을 확인했다. 어떡하지. 가서 말을 해야 할까. 근데 무슨 말을?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였다. 고민하느라 머리를 팽팽 굴리고 있는데 마침 윤기가 팀장실을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지민은 앞뒤 잴 것도 없이 벌떡 일어나 윤기의 뒤를 쫓아 사무실을 나섰다.



팀장님!”

……?”



윤기가 뒤를 돌아본다. 손가락을 꼼질 거리던 지민이 주먹을 불끈 쥐고 한 발자국 윤기에게 다가갔다.



저 팀장님 싫어하지 않아요.”

싫어했습니까? 미안합니다. 내가 그것도 모르고.”

아뇨! 안 싫어한다니까요! 사람 말 좀 그대로 믿어요.”

, . 그러죠.”

, 그리고 아침에 말인데요.”

미안합니다.”

왜 사과하고 그러세요.”



무슨 말만 꺼내면 미안하다는 말부터 하니 도저히 말의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지민이 한 발자국 윤기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비장한 얼굴이었다.



아침에 말인데요. 저 팀장님 고백 거절한 거 아니에요.”

…….”

그리고 샌드위치 감사합니다. 사실 배가 고팠.”

그러면.”

?”

거절한 게 아니면 뭡니까? 예스의 뜻으로 받아들여도 됩니까?”

?”

방금 예라고 했습니다.”

, 아뇨, 잠시만, 잠시만요!”



윤기가 웃는다. 동시에 지민의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저 얼굴은 대체 왜 볼 때마다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어째서인지 붉어진 얼굴을 지민이 푹 숙였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지민 씨 차 찾아오기 전까지 태워주겠습니다.”

안 그러셔도 되지만 알겠습니다.”

그동안 생각해보세요.”

?”

한 번 만나보자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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