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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타 - 귀여워





주차를 바로 합시다 






SJ 기업의 박지민 대리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사는 인물이었다. 나름대로 엘리트 소리를 들으며 탄탄대로를 걸어 서른이 되기도 전에 이름 옆에 대리를 달았다. 인생이 이렇게 잘 풀려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쫙쫙 풀리는 앞길에 지민 자신조차 의아함을 느끼는 시점에 사건은 발생했다.


매사에서 신중하고 조심성이 많은, 사실은 그냥 겁이 많은 것이지만, 지민은 운전대를 잡으면 옆 사람 뒷사람 할 것 없이 답답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면허를 딴지가 몇 년인데 초보 운전 딱지를 무서워서 떼지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운전석에만 앉으면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 같고 뒤에서 누가 빵빵거리기라도 하면 손이 달달 떨리는 지민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러시아워 핑계를 대며 특별한 날이 아니면 차를 몰고 출근하는 일이 없었다.


외근을 나갈 일이 있다는 것을 전해 들은 지민은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았다. 차를 타고 출근하면서도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나온 상태였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주문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차에 시동을 켠 지민이 조심조심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잔뜩 긴장해서인지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간 상태로 회사에 도착한 지민이 안도감에 굳어있던 폐에 신선한 공기를 주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하며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벌써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기에 빈자리를 찾아 고개를 쭉 빼고 두리번거리던 지민의 눈에 기둥 옆의 자리가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랑도 가까운 자리였기에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는데 비어져 있는 이유가 있었다.


매끈한 몸매를 뽐내는 포르쉐 한 대가 옆에 주차되어 있었는데 그냥 있는 것도 아니었고 비어있는 옆 칸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붙은 채였다. 지민은 손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잘못 하다가 스치기라도 하면. 끔찍했다. 어떡하지 다른 자리를 찾아야 하나. 고개를 쑥 빼고 둘러보아도 근처에 다른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시계를 보니 꾸물거리다간 지각을 하게 생겼다. 서늘한 표정을 한 팀장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박지민 씨, 지금 몇 시입니까?”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지민은 할 수 있다고 자신을 타이르며 조심조심 차를 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1초가 1분 같은 기분이었다. 최대한 옆자리의 새끈한 몸체와 붙지 않기 위해 기둥 쪽으로 붙은 채로 후진했다. 차가 어딘가에 긁히는 소리가 났다. 지민의 손이 덜덜 떨렸다. 기둥이랑 너무 붙은 듯싶었다. 다시 차를 뺐다가 미세하게 핸들을 틀어 다시 후진하며 지민은 옆자리 포르쉐의 차주를 욕했다.


겨우겨우 주차에 성공한 지민이 출발할 때보다 10년은 늙은 얼굴로 운전석 문을 닫았다. 옆구리에 스크래치가 난 자신의 차를 보니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길로 상처를 쓸어주다가 진짜 지각하게 생겼다는 생각에 형이, 형이 꼭 치료해줄게.” 라는 말만 아련한 눈길을 차에 남긴 후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눈에 들어오는 포르쉐에 지민은 이를 빠득 갈았다. 차를 뭐 저따위로 좆같게 대놔? 씩씩거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지민은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팀장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웃는 얼굴로 고개를 꾸벅 숙여야 했다. 사회생활이 정말 눈물 나게 힘들었다.


지민은 자신의 삶이 엘리트 코스라는 말을 부정해 본 적은 없었으나, 세상에는 자신보다 더 높은 단계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민윤기 팀장을 보며 알았다. 지민과 2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그는 임원직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얼마 전 지민이 속한 프로젝트팀의 새로운 팀장으로 오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임원직, 중요한 프로젝트팀의 팀장이라는 사실 때문에 낙하산이라느니 하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사무실로 출근한 지 사흘 만에 그런 소문은 쏙 들어가게 하였다. 완벽함에 가까운 일 처리와 뒤에선 잘만 나불거리던 입을 그 앞에만 서면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드는 힘까지 갖춘 새 팀장의 등장은 어수선하던 팀 분위기를 바짝 조이기에 충분했다.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한 지민은 후다닥 자리로 가 앉았다. 오늘따라 사무실이 유난히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 슬쩍 고개를 들어 주변 분위기를 살피던 지민은 뒤에서 누가 의자를 잡는 감각에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았다.



허으허!”

그건 대체 무슨 바보 같은 소리입니까?”

,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하하하. 무슨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잠시, 잔뜩 긴장한 얼굴로 지민은 팀장님이 아침부터 직접 자신의 자리로 온 이유에 대해 머리를 굴려야 했다.



. 김 주임이 어제 새벽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서 말입니다.”



김 주임이라면 오늘 지민과 외근을 나가기로 되어 있던 직원이었다. , 그거 정말 안 됐군요. 지민이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이며 병원에 누워있을 김 주임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이거 때문에 직접 자리까지 오신 걸까. 지민은 슬쩍 고개를 들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팀장을 바라봤다. 무슨 더 하실 말씀이라도? 지민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외근 나가기로 한 거 말입니다.”

, 그쵸. 김 주임이랑 가기로 했었죠.”

지금 따로 시간을 뺄 수 있는 분이 안 계셔서 말입니다.”

! 그거 때문에 오신 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혼자 다녀오겠.”

저랑 갑시다.”

?”



지민이 반사적으로 윤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문했다. 조용한 사무실에 지민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윤기는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지민을 보고 있었다. 하하하. 어색하게 웃은 지민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 저랑 가시는 게 불만이십니까?”

아뇨, 아뇨!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하. 영광이죠.”



분명 웃고 있지만, 지민은 눈물이 날 것 같은 심정이었다. . 윤기는 과장되게 손을 저어가며 함께 가고 싶다고 말하는 지민을 바라보다 잘게 떨리는 어깨를 두어 번 토닥여준 후 팀장실로 향했다. 멀어지는 윤기의 뒷모습이 꼭 세 시간 후에 데리러 오겠다고 말하고 떠나는 저승사자 같았다.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했던 시간이 기어코 왔다. 점심시간이 되기 무섭게 팀장실을 나온 윤기의 모습에 지민은 싸한 불안감이 발끝부터 온몸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점심만큼은 평범하게 팀원들과 먹고 싶었는데. 자신의 앞에 서서 뭐하냐는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윤기의 모습을 보니 신은 정말 자신의 말을 하나도 듣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점심은 가는 길에 먹고 가죠.”

.”

불편합니까?”

아니, 아닙니다.”



그래, 불편하다, 불편해! 그렇게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누르며 지민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밥은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체한 기분이었다.



차 가져오셨습니까?”

! 오늘은 가져왔습니다.”



옆자리에 누굴 태워본 적이 손에 꼽는 지민으로서는 상사를 태워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벌써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영원히 엘리베이터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0에 수렴했다. .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옆구리에 상처를 입은 자신의 차와 그 원흉이 되는 차가 보였다. 지민은 잊고 있었던 분노가 다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정말 저 차 말입니다.”



지민이 포르쉐를 가리켰다. 윤기의 시선이 지민이 가리키고 있는 잘빠진 검은 차체로 향했다.



차를 정말 개좆같이 대놓지 않았습니까?”

…….”

외제차면 다랍니까? 저렇게 개좆같이 대놓으면 옆 사람은 어떡하라고! 그쵸?”



지민은 고개를 휙 돌려 윤기를 보고 나서야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 화가 났던 나머지 속에 있던 말을 필터링 하나 거치지 않고 내뱉어 버렸다. 미묘하게 굳은 윤기의 표정을 살피며 지민은 눈을 데구르 굴렸다. 상사 앞에서 욕을 하다니 제정신이냐 니가. 그래도 자신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어색하게라도 웃으려고 하는데 윤기가 손에 들고 있던 키를 눌렀다.



아 제가 운전.”



자신의 차 키를 찾으려던 지민은 뒤에서 나는 삑 소리에 머리칼이 삐죽 서는 것 같았다. 버퍼링 걸린 것처럼 삐걱거리며 뒤를 돌았더니 잘빠진 포르쉐가 주인의 부름에 답하기라도 하듯 전조등을 빛내고 있었다.



차를 개좆같이 대 놔서 정말 미안합니다. 박지민 대리.”



. 어쩐지 이상하리만큼 삶이 잘 풀린다고 했다. 지민은 입을 벌린 채 포르쉐를 향해 걸어가는 윤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신은 정말 잔혹한 사람이 틀림없었다. 지민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당장 어딘가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민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수석 문을 열었다. 윤기의 눈치를 살피며 차에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윤기는 별말 없이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그 와중에 승차감이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지민은 두 주먹을 꼭 쥐어 무릎 위에 올린 채 잔뜩 기합이 들어간 자세로 굳었다. 차라리 뭐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무 말이 없는 윤기의 태도가 더 무서웠다. 힐끔힐끔 옆자리를 살피던 지민은 신호에 걸리는 바람에 차가 멈추자 앞으로 몸이 쏠려 황급히 대시보드를 짚었다. 윤기가 물끄러미 이쪽을 보는 게 느껴졌다.



개좆같이 대놨던 차와 저승을 함께 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안전벨트를 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직 안전벨트도 하지 않았단 것을 깨달은 지민이 허둥거리며 벨트를 당겼다. 윤기의 말로 보아 그냥 없던 일로 넘어갈 것 같지는 않았기에 지민은 앞길이 캄캄해졌다.



.”

할 말 있습니까.”

팀장님. 역시 제가 그냥 사표를 쓰는 게 좋겠죠? 제가 쓰겠습니다, 사표!”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지민은 차라리 직접 매를 맞으러 찾아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질러 버렸다. 운전하고 있던 윤기의 시선이 잠깐 지민에게로 닿았다 떨어졌다. 지민은 차마 옆을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아 잔뜩 기합이 들어간 부동자세로 앞만 바라봤다. 옆에서 작게 피식 웃는 소리가 났다. 지민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런 생각할 시간에 점심 메뉴나 고르세요.”

, !”

그래서 먹고 싶은 건?”

파스타요! , 아니, 아닙니다. 먹고 싶은 거 없습니다.”

방금 파스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잘못 들은 겁니까?”

, , ?”

제가 차를 개좆같이 대는 거로 모자라 귀도 먹었나 보군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박지민 대리.”

아니, 아닙니다. 맞게 들으셨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지민은 낙하산 팀장은 용납 못 한다고 두고 보라 떵떵 소리치던 김 과장의 최후가 생각났다. 작정하고 엿을 먹일 생각이었는지 윤기가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의 첫 발표를 시원하고 교묘하게 망치려고 준비를 했는데 당황하기 마련인 상황에서도 민윤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대처했던 사람이었다. 발표가 끝나고 민 팀장의 서늘한 시선이 김 과장에게 닿았고, 그다음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백번 양보해도 스스로 사표를 쓰는 게 옳은 선택 같았다.


목적지가 지옥인 차에 올라타 있는 기분이었다. 얼어붙은 지민이 속으로는 방정맞은 입을 천 대쯤 때렸을 때 차가 멈춰 섰다. 예상외의 장소에 지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차에 앉은 채로 눈만 멀뚱히 뜨고 있으니 먼저 내린 윤기가 지민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지민이 나올 생각이 없어 보이자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렇죠. 차를 개좆같게 대놨었으니 문도 열어드려야 했는데. 실수했군요.”

아니, 아닙니다.”



황급히 차를 빠져나오는데 다리가 엉켰다. 바닥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며 지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으어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넘어지는 지민의 허리를 윤기가 붙잡았다. 바닥과 진한 뽀뽀를 하는 것을 면했다는 생각에 안도하던 지민은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바치고 있는 팔이 누구 팔인지 깨닫는 순간 바닥과 뽀뽀를 천 번 정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도 제가 차를 개좆같이 대놔서 그런 겁니까?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팀장님!”

뭘 말입니까? 박지민 씨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모든 건 차를 개좆같이 대놓은 저의 잘못이죠.”

아닙, 아닙니다. 차라리 저를 치고 가 주세요. 60킬로 정도 속도로. 아니면 바닥에 누울 테니 밟고 가시겠어요?”



지민은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를 말을 속사포같이 내뱉고 있었다. 지민의 툭 튀어나온 부리 같은 입술을 보던 윤기가 피식 웃었다. 평소의 냉소도 아니었고, 비웃는 듯한 표정도 아니었다. 정말 재밌는 걸 봤다는 듯 웃는 윤기의 얼굴을 지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저렇게 웃을 수도 있는 사람이었구나.



그건 됐고, 밥이나 먹읍시다. 배가 고프네요.”



윤기는 미련 없이 뒤를 돌아 레스토랑의 문으로 향했다. 지민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딱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관에 쭈뼛거리기 바쁜 지민과 달리 윤기는 아주 익숙해 보였다. 주문까지도 척척했다.



근처에 파스타를 하는 집을 여기밖에 몰라서. 입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맞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상사를 대하는 미소를 얼굴 가득 지은 지민이 냉큼 대답했다. 살살 살핀 윤기의 모습은 그렇게 지민의 언사에 화가 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보이는 모습에 지민은 말도 안 된다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윤기는 자신의 맞은편에서 혼자 고개를 젓고 있는 지민을 재밌는 것을 본다는 듯 바라봤다.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 툭 튀어나온 부리 같은 입술을 한 번 잡아당겨 보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었다. 윤기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지민을 대놓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지민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윤기가 아예 턱까지 괸 채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니겠지, 다른 걸 보시는 거겠지. 지민은 어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윤기가 흥미를 느끼고 볼 만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어색한 미소를 띤 채로 지민이 삐걱거리는 고개를 원래 자리로 돌렸다.



하하하.”



어색함에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음식이 나왔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비주얼에 지민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윤기는 음식을 보더니 커진 지민의 눈에 또 피식 웃음이 났다.

 

 




예상과 달리 아주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회사 근처에서 먹는 점심은 항상 뻔했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한 기분이었다. 지민이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까지 다 먹고 나자 윤기가 커피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윤기의 뒤를 지민이 급히 쫓았다. 계산하려고 멈춰선 윤기의 뒤에 서 있던 지민은 가격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윤기가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를 돌려받고 레스토랑을 나가려는데 굳은 지민이 눈에 들어왔다.



안 오고 뭐 합니까?”

? , 가요!”



후다닥 달려오는 지민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윤기가 주차된 차로 향했다. 한 끼 식사 가격으로는 손이 떨리는 금액이었다. 죽이기 전에 마지막으로 배불리 먹여 주는 뭐, 그런 건가? 지민이 엄습하는 불안감에 덜덜 떨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윤기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 , 왜 그렇게 보세요?”

제가 아까도 말했던 거 같은데.”

?”

개좆같이 대놨던 차와 저승 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안전벨트 매라고.”

.”



지민이 허둥거리며 벨트를 매는 것을 확인한 윤기가 차를 출발시켰다.

 





 




오후 일정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쏙 빠지는 하루였다. 팀장이 직접 나왔기 때문인지 일이 아주 수월하게 진행됐다. 속을 썩이던 거래처도 한 번에 해결이 되었다. 지민은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부르고 싶은 것을 미소를 짓는 거로 대신했다.


원래라면 그대로 퇴근을 했겠지만, 차를 회사에 두고 온 것도 있었고 아직 시간도 넉넉했기에 지민은 회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자신도 회사에 갈 일이 있으니 타라는 윤기의 말을 거절하는 것도 이상해서 지민은 또 그 지옥 같은 조수석에 올라타야 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댄 후 차에서 내린 윤기가 서 있는 지민에게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어떻습니까.”

? 뭐가요?”

주차 말입니다. 개좆같이 댄 거 같습니까?”

아니, 아닙니다! 아주 완벽하게 대셨습니다.”



허둥거리는 지민을 보며 윤기가 웃었다. 지민은 이 사람이 지금 자신을 놀리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째서인지 미래가 더 캄캄하게 느껴졌다.



오늘 고생했습니다. 들어가서 쉬세요.”

, 팀장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들어가세요!”



윤기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지민이 자신의 차로 뛰어갔다. 윤기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허둥거리는 지민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웃음이 났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사무실이 있는 층의 버튼을 누르려는데 아직 떠나지 않은 지민의 모습이 보였다. 기둥에 가려지긴 했는데 슬쩍슬쩍 튀어나오는 것이 틀림없는 지민의 동그란 머리였다. 차의 옆을 쓸어보다가 울상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와 운전석의 문을 여는 지민을 지켜보다가 지민이 고개를 들자 황급히 닫힘 버튼을 눌렀다.


사무실로 올라온 윤기는 팀장실 의자에 앉아 의자를 빙글빙글 돌렸다. 아까 자신이 차를 댔던 자리 옆에 주차되어 있던 차였다. 상황을 조합해보니 아마도 옆자리 차를 피해 데려다가 기둥에 긁히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 윤기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터덜터덜 걷던 축 처진 어깨가 자꾸 생각이 났다.

 





 




주말에는 수리소를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지민은 평소처럼 이리저리 치이며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을 했다. 이제 막 출근했는데 벌써 지친 몸으로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다.



박지민 씨.”

, ?”

스케줄이 조금 바뀌어서요. 오늘도 저랑 나갔다가 오셔야겠습니다.”

, 오늘요? 알겠습니다.”

어제처럼 점심은 가면서 먹죠.”

점심이요?”

.”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윤기가 지민을 바라봤다. 지민은 오늘은 기필코 저렴한 메뉴를 고르겠다고 다짐하며 알겠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유, 오늘도 주차가 번듯하게 완벽하게 되어 있네요!”



얼굴 가득 미소를 띤 채로 자신을 보는 지민을 보며 윤기가 삐딱하게 서 팔짱을 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지민은 식은땀 한 줄기가 등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며 침을 꼴깍 삼켰다.



, 좋네요.”



윤기가 운전석에 올라타고 나서야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지민이 조수석으로 향했다. 빼먹지 않고 안전벨트도 맸다. 점심 메뉴를 물어보면 순댓국이라고 말할 작정이었다. 물으면 바로 튀어나올 수 있게 입안 가득 순댓국이라는 말만 채워놓고 있는데 윤기는 메뉴를 물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참다못한 지민이 먼저 말을 꺼냈다.



, 오늘 점심은.”

어젠 박지민 씨가 먹고 싶었던 거 먹었으니 오늘은 제가 먹고 싶은 거 먹을 겁니다.”



할 말을 없게 만드는 단호한 말투에 순댓국이라는 단어가 쑥 들어갔다. 지민은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앞만 바라봤다. 거침없이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어느 호텔이었다.



, 여긴 왜.”

여기 뷔페가 맛있거든요.”



, 신이시여. 지민은 당장에라도 대시보드에 머리를 쾅쾅 박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이 대시보드가 내 머리보다 비쌀 거야, 진정하자. 오늘은 윤기가 차 문을 열어주기 전에 냉큼 열고 나왔다.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도 한 끼 식사에 쓰기에는 손이 덜덜 떨리는 금액이었다. 체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과 달리 지민은 꽤 잘 먹었다.


오물거리는 지민의 입술을 바라보던 윤기가 느릿느릿 식사를 이어갔다. 금방이라도 다 토할 것 같은 표정으로 앉아있을 때는 언제고, 지민은 끝도 없이 먹고 있었다. 그 경이로운 모습에 윤기는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먹는 게 남는 거라고 걱정 없이 배불리 먹고 나니 또 걱정이 몰려왔다. 이거 나중에 청구한다고 하면 어떡하지. 어제는 팀장님이 사셨으니까 오늘은 내가 내야 하나? 그럼 나 한 달 동안 점심 굶어야 하는데. 바쁘게 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것 같았다. 윤기는 아이스크림을 초점 없는 눈동자로 퍼먹고 있는 지민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무렇지 않게 카드를 긁은 윤기가 자리로 돌아왔다. 지민은 여전히 그 상태였다.



박지민 씨.”

…….”

박지민 씨.”

…….”

박지민 대리님.”

, ?”

몇 번을 불러야 알아듣습니까. 이것도 내가 차를 개좆.”

아닙니다, 팀장님! 절대 아니니 그 말은 이제 그만하셔도 돼요.”

지금 제 말 끊은 겁니까?”

. 아니, 그게. 그런 게 아니라.”

농담입니다.”



전혀 농담이 아닌 목소리였으면서! 휙 뒤돌아 걷는 뒷모습을 향해 소리치고 싶은 것을 참으며 지민은 후다닥 벌써 저만큼 멀어진 윤기를 쫓았다.

 




 




굳이 둘이나 나와야 하나 싶을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다. 끝나고 나니 오후 3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회사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지민을 윤기가 저지했다.



그냥 퇴근하세요.”

?”

퇴근하셔도 됩니다.”

그치만.”

일단 타세요. 데려다줄 테니.”

아닙니다! 혼자 갈 수 있어요.”

제가 차를 개좆같이 대니까 운전도 개좆같이 할 거로 생각하십니까. 어제오늘 타고 다니셨으니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뜻이 저얼대 아니었습니다. 팀장님 운전 잘하시고, 주차도 완벽하게 하시고그냥 다 완벽하시니까 사표는 제가 쓰겠습니다.”



정말 이대로 매일 살아야 한다면 노이로제에 걸릴 것이 틀림없었다. 고개를 푹 숙인 지민은 위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 웃으니까 다른 사람 같아. 멍하니 윤기의 웃는 얼굴을 보던 지민은 정신을 차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그만 놀릴게요. 사표 쓴다는 말 안 하셔도 됩니다.”

저 놀리시면 재밌으십니까?”



조금 억울한 마음에 지민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윤기에게 물었다. 윤기는 여전히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 미안합니다. 정말 재밌어서 그만.”



참지 못했는지 다시 큭큭 웃는 윤기를 보며 지민의 입이 툭 튀어나왔다. 놀림당한 거에 씩씩거리던 지민은 먼저 조수석에 올라탔다. 고개를 숙이고 웃던 윤기가 운전석에 앉아 지민을 바라봤다. 뾰로통한 표정 때문인지 평소보다도 입술이 더 튀어나와 있었다.



박지민 씨.”

?”

놀린 건 미안합니다.”

, 아니에요.”



조수석에 앉는 순간부터 지민은 자신이 지금 그 민 팀장에게 무슨 말을 한 건지 상상 속에서 입술을 오천 번은 때리는 상태였다. 안전벨트까지 매고 정자세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지민의 모습에 윤기는 겨우 멈췄던 웃음이 다시 터졌다.



그만 웃으세요오.”



민망한지 지민이 소심하게 말했지만, 윤기는 말만 알겠다고 하고 계속 웃고 있었다. 말만 그러지 마시고! 결국, 지민이 고개를 돌려 항의의 말을 하려는데 언제부터 이쪽을 보고 있었는지 윤기와 눈이 딱 마주쳤다.



박지민 씨.”

, ?”



갑자기 진지한 윤기의 목소리에 패기롭게 그만 웃으라고 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지민이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주말에 시간 되십니까?”

?”

이번 주말에 뭐해요.”

차 수리 맡기러.”

좋네요. 같이 갑시다.”



이해가 가지 않는 전개에 눈만 깜빡이던 지민이 뒤늦게 ??” 소리를 질렀다. 윤기가 못 들었냐는 듯 무심한 눈으로 다시 한 번 주말에 만나자고 말했다.



, 아니 왜 갑자기. 주말, , 안 바쁘세요?”

박지민 씨 차, 그거 저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 개좆같이 대놓은 제 차 때문에.”

아니, 아니, , 아닙니다. 저 안 놀리시기로 했잖아요!”

안 놀린다고 말 한 기억은 없는데요.”



지민의 입이 떡 벌어졌다. 윤기는 웃으며 시동을 걸었다. 멍하니 있는 지민에게 집 주소를 묻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한 후 출발했다. 지민은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이 사람이 나한테 대체 왜 이러지?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이는 윤기의 얼굴을 훔쳐보며 지민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러는 사이 지민의 집에 도착했다. 지민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는데.



그럼 내일 아침에 오겠습니다. 10시쯤? 시간 괜찮으십니까?”

? . , 근데 진짜 안 오셔도 괜찮은데.”

저 지금 데이트신청 한 겁니다.”

??”



지민의 눈이 이보다 더 커질 수 있을까 싶을 때까지 커졌다. 아랫니가 보이지 않는 입동굴을 보여주며 윤기가 웃었다. 지민은 처음 보는 윤기의 모습에 아침만 해도 이걸 일이라고 한 겁니까?” 같은 소리를 하며 서늘하게 팀원들을 바라보던 사람이 맞나 싶어 눈을 비볐다.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차에서 내렸는데 창문이 열린다.



먹고 싶은 거 생각해놓으세요. 오늘 푹 쉬시고. 가보겠습니다.”

, 안녕히 가세요!”



꾸벅 고개를 숙이는 지민에게 인사를 해준 후 잘빠진 포르쉐가 떠나갔다. 지민은 멍하니 멀어지는 차를 바라봤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민은 거울 앞에 서서 이 옷 저 옷을 대보다가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깊은 회의감이 몰려와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 있기를 잠시 다시 후다닥 일어나 옷장을 뒤져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마지막 데이트 날 입었던 옷을 꺼내 입었다. 몇 번이고 거울을 보고 있는 스스로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자꾸 머리를 매만지게 되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10시가 되기 십 분 전 미리 집 앞으로 나간 지민의 눈에 익숙한 차가 보였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된 그 포르쉐였다. 지민의 앞에 차가 멈춰 서자 잠시 머뭇거린 지민이 조수석에 올라탔다. 회사에서는 항상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던 윤기의 딱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사복을 보자 정말 휴일에 직장상사와 단둘이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윤기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멍한 얼굴로 보고 있는 지민과 시선을 맞춰왔다. 그러고는 뭐 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 타시면 어떡합니까.”

?”

지민 씨 차 수리하러 가야 하는데 제 차를 타시면 누가 지민 씨 차 운전해서 갑니까.”

.”



깨달은 듯한 지민의 표정을 보며 윤기가 웃었다. 원래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이었던가.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웃음기를 거둔 윤기가 안 내리고 뭐 하냐는 눈빛으로 지민을 바라봤다. 머쓱해진 지민이 차에서 내리자 창문이 내려가고 윤기가 조수석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차 가지고 나오세요. 뒤따라 갈게요.”

.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주차장으로 향한 지민이 차를 조심조심 몰고 나왔다. 윤기는 뒷유리에 붙어있는 귀여운 초보 운전 딱지를 보며 핸들에 머리를 박고는 웃음을 삼켰다. 초보 운전이란 건 거짓말이 아닌지 어찌나 조심스럽게 차를 모는 지, 그마저도 지민다워서 윤기의 얼굴에서 미소가 끊기질 않았다.


정비소에 먼저 도착한 지민은 긁힌 부분을 보여주었다. 도색을 비롯한 수리에 대한 견적을 내던 직원은 뒤따라 들어오는 포르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쪽에 차를 세운 윤기가 차에서 내려 지민과 직원이 서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향했다.



차 도색 해주시고 점검도 해주시고 뭐다 해주세요.”



지민을 두고 포르쉐 쪽으로 향하려는 직원을 윤기가 제지했다.



저거 말고 이 차요.”



그러고는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조금 당황한 얼굴로 카드를 받아들려는 직원과 윤기의 사이를 지민이 가로막았다.



괜찮아요! 제가 내면 됩니다. 제 차인걸요.”

저 때문에 그런 거니 괜찮습니다.”

아니 그게 왜 팀장님 때문이에요. 제가 운전이 다 미숙해서.”

제가 차를 개좆같이 대놨기 때문이니 저 때문인 걸로 하죠.”

그거 진짜 평생 우려먹을 생각이시죠?”

어떻게 알았습니까? 평생 놀릴 겁니다.”



담담한 윤기의 말투에 더 약이 오른 지민이 입을 삐죽였다. 그래 요 입이 방정이지. 맨날 상상 속에서만 하다가 이번에는 실제로 자신의 입술을 찰싹 때려보았다. 윤기가 뭐하냐는 표정으로 보다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다음 주에 찾으러 오라는 직원의 말에 알겠다고 한 후 지민은 자연스럽게 윤기의 차로 향했다. 결국, 자신의 카드로 결제한 윤기가 만족스럽다는 듯 먼저 차로 돌아가 지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오랍니까?”

다음 주에 찾으러 오라네요.”

그럼 제가 데리러 오겠습니다.”

?”

차 없으니까 불편하잖아요?”

아니, 저 원래 차 잘 안 타고 다녀서 괜찮습니다.”

그럼 개좆같이 대놨다는 말과 퉁치죠.”

그게 무슨.”

앞으로 놀리지 않을 테니 다음 주는 제 차로 출퇴근하시는 거로 합시다.”



지민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민의 얼굴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던 윤기는 아직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모습에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러고는 지민이 채 말릴 새도 없이 몸을 일으켜 지민 쪽으로 다가갔다.



, , 왜 이러세요?”



자신의 위로 올라타듯 몸을 겹쳐오는 윤기의 모습에 지민이 놀라 최대한 카시트로 몸을 밀착시켰다. , 이렇게 직장상사와 차에서 키스한다는 것은 내 인생 계획에 없는 일인데? 잔뜩 당황한 지민의 눈이 요리조리 윤기의 시선을 피하다가 이내 질끈 감겼다. 코앞에서 윤기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민은 입술을 꾹 다물고 삐죽 내밀었다.



다 됐습니다.”

?”



지민이 감았던 눈을 슬쩍 떴다. 윤기는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가 있었다. 어리둥절한 지민의 표정을 보며 윤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박지민 씨, 무슨 생각했습니까?”

, 아무 생각도 안 했는데요.”

보기보다 엉큼하네요.”

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팀장님.”



자신의 몸을 가로지르고 있는 안전벨트를 발견한 지민이 벨트만 손에 꾹 쥐었다. 너무 창피해서 이대로 창문을 깨고 뛰어내릴 수 있을 정도였다.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다음에 해줄게요.”

, ?”

손잡기도 전에 입술부터 맞대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 그렇, 그렇죠?”

그보다도 더 전에 할 일이 있죠.”

, 또 뭐가 있습니까?”



무심코 돌린 눈이 윤기와 마주쳤다. 지민은 어딘가 부끄러워지는 기분에 손만 꼼지락거렸다.



어때요, 한 번.”

, 한 번?”

만나볼까요?”

 

 

 

 





◈  ◈   

 


그러고 보니 팀장님 그때 처음 오셨을 때, 막 낙하산이라고 다들 난리였는데 별다른 해명도 없이 잠잠하게 만드신 거 보고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밥을 먹다 말고 조잘거리는 입술을 보며 윤기가 입맛을 쩍 다셨다. 윤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지민은 부리 같은 입술로 떠들기 바빴다.



그런 헛소문은 해명할 가치도 없다! 뭐 이런 거예요?”

아니.”

……?”

나 낙하산 맞아.”

?”



담담하게 답한 윤기가 태연하게 옆에 놓인 물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지민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러고 보니 회장님이 민회장님이셨지.



너만 몰랐을걸?”



쐐기를 박는 윤기의 말에 지민은 결국 식탁 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자기 인생의 스케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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